골목같다.

입력 2006-01-30 02:27 수정 2006-01-30 02:27
사람들은 대장 놀이를 좋아합니다.

아이들이 뛰어 노는 골목에서부터 마을, 회사, 군대, 청와대에 이르기까지 어디를 가도 리더나 보스가 있기 마련입니다. 골목대장의 한마디가 그날의 놀이를 결정하거나, 탐험할 뒷산이나 아무도 살지않는 낡은 집으로 아이들 모두를 움직입니다. 또한 ‘나를 따르라’며 달려가는 소대장이나 중대장의 말 한마디에 수많은 목숨이 위험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리더쉽을 강조합니다.

자격 없는 자가 리더의 자리에 오르게 만드는 사람들도 있고, 알면서도 그 사람을 리더로 선출해 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가 우리 동네 사람이고, 학교 선배이고, 아는 사람의 사촌 형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수많은 바보 같은 리더들이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그들은 아주 적절하게 바보짓을 하고 있습니다.

 

추진력이 좋은 사람이 리더에 적합하다거나 많이 배운 사람이 적당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사실 리더는 여러 가지 자질을 갖추어야 하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우화 속의 개구리들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나무토막을 던져주면 비웃고 뱀을 보내주자 공포에 떠는 개구리들 같은 짓을 곧잘 합니다.

 

저는 생각해 보곤 합니다.

좋은 리더가 이룩해 놓은 발전과 나쁜 리더가 이룩해 놓은 퇴보 중에서 어떤 경우의 합이 더 클까요? 물론 우리는 나쁜 리더를 통해 배우는 것도 있긴 합니다. 문제는 그래 놓고 다음 선거에서 또 그 리더를 뽑기도 하고 더 나쁜 선택을 한다는 것입니다. 위에서 말했듯이 그가 우리 동네 사람이고 사돈의 팔촌의 친구의 동창이기 때문입니다.

 

기업의 리더들은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기도 하지만 이사회의 심한 견제나 압력을 받기도 합니다. 외국의 경우는 툭하면 대표이사가 쫓겨나고 다른 사람으로 바뀌는 경우를 많이 보기도 합니다. 철저하게 성과를 가지고 리더의 가치를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런 모습에  찬성합니다. 사실 잘못하는 리더는 남이 말하기 전에 스스로 물러나야 마땅합니다. 하지만 그런 판단 조차도 나쁜 리더들은 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에게 잘못을 뒤집어 씌우기에 골몰합니다.

 

리더들은 외롭습니다. 아무도 그 사람과 같이 고민해 주지도, 책임져 주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리더들은 귀가 얇습니다. 사방에서 들리는 사소한 말들에 줏대 없이 흔들리는 사람들이 리더들입니다. 그래서 좋은 리더는 좋은 참모들이 없이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 무리를 이끌어 가는 일은 혼자하기엔 너무 위험한 일입니다. 혼자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리더가 있다면 당장 그 조직을 떠나야 합니다. 그 바보가 잘못된 판단을 내리는 것은 시간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는 너무 리더만을 숭배하고 있습니다. 사실은 리더보다 중요한 것이 함께 이끌어 줄 수 있는 참모진이고 잘못되었다고 목을 내놓고 덤빌 수 있는 충신입니다. 하지만 리더가 조명을 받기 때문인지 모든 부모들이 자신의 자식을 리더로 키우고 싶어합니다. 심지어 자신의 자리를 물려주려고 합니다. 정말 바보 같은 생각입니다. 나쁜 리더가 인류에게 해놓은 그 막대한 피해를 생각해 본다면 그런 생각은 범죄와도 같습니다.

 

당신이 지금 나쁜 리더라면 어서 그만두거나 좋은 참모들을 확보하는데 온 힘을 기울여야 합니다. 누구보다 자신이 잘 알 것입니다. 만일 그가 모른다면 참모들이나 이사들이 그를 끌어 내려야 합니다. 세상이 골목대장 놀이 하는 아이들의 영역이라면 크게 문제되지 않습니다. 그때는 그냥 하루를 좀 재미없게 지내면 그뿐입니다. 하지만 큰 리더들은 우리 모두를 재미없는 세상이나, 살기 힘든 세상에서 살게 만들 것입니다. 그런데도 세상을 보면 골목대장 놀이를 하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을 버립시다.세상엔 나보다 똑똑하고 잘난 사람들이 넘쳐 나고 있습니다.
제 가슴이 느끼는 것들을 이야기하고, 여러분의 마음이 해주는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머리로 계산하고 이익부터 따지는 문명을 버리고, 가슴으로 생각하고 심장으로 기억하는 새로운 문명을 여러분과 함께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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