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같다.

입력 2006-01-16 00:25 수정 2006-01-16 00:25
그는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처와 자식을 먼저 죽이고 나갔습니다. 그렇지만 그는 옛날에 구천이 5천 군사로 오나라 70만 대군을 물리쳤다는 말로 고개 숙인 병사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었습니다. 그러니 지금 그가 이끄는 5천의 군사가 신라군 5만도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입니다. 그리고 계백은 황산벌에서 김유신의 5만 군사를 네 차례나 막아냈습니다.

 

안중근 의사도 윤봉길 의사도 거사 후에 죽을 것을 뻔히 알면서 그곳에 갔습니다. 칼 한 자루 들고 조총 앞으로 돌진하던 우리 조상들도, 6.25 전쟁 당시 폭탄을 들고 탱크로 달려든 수많은 국군들도 모두 알고 있었습니다.

 

이 세상에서 자신의 목숨을 내놓을 만큼 중요한 것이 그 무엇이 있겠습니까. 아무리 많은 돈도 명예도 자신이 죽으면 아무 소용없다는 것을 우린 알고 있습니다. 탱크 한대 부수고 온몸이 산산 조각나서 죽으면, 군번줄 하나가 국립묘지에 묻히고 묘비에 이름 한 줄 남깁니다. 그렇지만 그 용감한 군인들의 이름 석자도 기억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바보 같은 우리 조상들은 치마무덤에 묻히기도 했습니다.

남편이나 사랑하는 사람이 전쟁에 나가면 출전하기 전날밤에 여자는 자신의 남자 등에 바늘로 문신을 새겨 표시를 합니다. 혹시 얼굴을 못 알아볼 만큼 다치면 시신을 구별하기 위해서 입니다. 이때 등에서 나는 피를 하얀 속치마에 받아 둡니다. 그리고 자신의 남자가 전사하여 시신이라도 찾으면 다행이지만, 시신마저 못 찾으면 그 피 묻은 치마를 시신대신 써서 무덤을 만듭니다. 이런 무덤을 치마무덤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 외에 전세계 어디에도 이런 무덤은 없다고 합니다. 양반이 아니라고 멸시 하고, 종으로 부리면서 고생만 시킨 나라를 위해 그들은 그렇게 죽어갔습니다.

 

이렇게 바보 같은 사람들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런데 그 바보 같은 사람들이 이 나라를 지금까지 지켜왔습니다. 자신을 좀 기억해 달라거나 어떻게 보상해 달라고 요구한 일도 없었습니다.

 

우리는 그 바보 같은 사람들에게 미안해서라도 열심히 살아야 합니다.

이 나라를 더 살기 좋고 당당한 나라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바보만도 못한 사람들로 역사에 남을 것입니다.
제 가슴이 느끼는 것들을 이야기하고, 여러분의 마음이 해주는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머리로 계산하고 이익부터 따지는 문명을 버리고, 가슴으로 생각하고 심장으로 기억하는 새로운 문명을 여러분과 함께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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