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의 신언서판(身言書判)

입력 2012-11-12 09:55 수정 2012-11-12 09:55
 

옛날 중국 당나라에서 관료를 채용할 때 후보자를 판단하는 기준이 신언서판(身言書判)이었다.

예의 바른 몸 가짐과 품위 있는 언어, 올바른 글 솜씨와 냉철한 판단력 등을 평가한 것이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몇몇 정치인들의 거칠고 천박한 언행을 보면서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피아노와 바이올린 등을 연주하는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지휘자와 함께 연주회 분위기에 어울릴만한 옷을 똑같이 입는다. 어느 누구도 튀는 옷을 입지 않으며 찐한 화장을 하지 않는다. 의사와 간호사는 병원에서 정한 기준에 따라 가운을 입고 진료를 하며 환자를 돕는다. 판사는 법복을 입고 변호사는 정장을 한다.

결혼식이나 장례식에도 예의를 갖추어 옷을 입는다. 예의 바른 행동은 올바른 옷차림과 정갈한 마음에서 나온다. 젊은이들의 눈높이에 맞추거나 유행을 따른답시고 제멋대로 옷을 입는 지도자들의 품행에서는 리더십을 엿볼 수 없다.  



배우고 익힌 학벌의 높낮이를 떠나 무릇 지도자는 언어에 품위가 있어야 한다. 2,500년 전,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거짓이 진실로 왜곡되지 않도록, 논리에 맞고 윤리에 어긋남이 없는 말을 하라.”는 수사학(修辭學)을 가르쳤다.

수준 높은 교육을 받았다는 정치인들이나 고위공직자들이 책임지지 못할 말을 가볍게 던지며 국민들을 우롱하거나, 시도 때도 없이 상스러운 말을 하는 언행은 국민을 우습게 보면서 무시하는 것이다. 애매모호한 말과 글로 국민들의 생각을 움직이려 하거나 거친 언사로 풍파를 일으키는 것은 국가의 기강을 무너뜨리는 일이다. 말과 글은 그 사람의 인성과 품위를 나타내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장기화 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경제위기의 시대일수록 지도자는 냉철한 판단력과 단호한 의사 결정을 보여 주어 국민들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말과 행동을 예측할 수 없는 사람은 정책을 수립하고 전략을 실행하는데 있어 믿음이 가지 않는다.

일자리를 만들겠다면서 기업을 옥죄고, 복지를 늘리겠다면서 세금만 축내는 일은 국민을 속이는 것이다. 예산의 수입과 지출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정책을 제시하지 않으며, 온갖 미사여구로 국민들에게 사기(詐欺) 치는 것을 용납해서는 안 된다.

대학 강의실과 연구실을 나와 정계를 기웃거리며 말장난을 하는 학자들을 보면서 “훌륭한 의사는 아플 권리가 없다.” 고 말한 고대 의성(醫聖) 히포크라테스가 생각난다.

훌륭한 지도자는 무식하고 게으를 자유도 없다고 했는데, 아마도 훌륭한 지도자를 얻지 못한다면 이 또한 국민들의 팔자이며 운명이려니.
(사) 한국강사협회 회장 역임, 코리안리 재보험(주), 데이콤ST 근무, (주)스카우트 부사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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