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할 수 있는 능력의 기쁨

입력 2010-01-20 12:51 수정 2010-01-20 12:51
 

아침, 창밖에 내리는 보슬비가 너무 조용하다. 

가느다란 빗줄기 사이로 봄 냄새가 스며 들어 온다. 창문을 조금 열고 맑은 공기의 맛을 느껴 본다. 행복하다. 

지금 살아 숨 쉴 수 있음에 너무 기쁘고 행복해서, 이 순간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글을 쓰기로 했다. 컴퓨터를 켜 놓고 마음대로 글을 쓸 수 있다는 사실도 행복하고 기쁜 일이다. 이렇게 살 수 있음에 감사드린다.

 

그들에겐 정말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이지만, 우리도 그들처럼 불행한 시절도 있었고, 그들처럼 힘든 일이 생길 수도 있지만, 그러나 아직 지진피해로 다치거나 죽지 않았고, 부모나 형제 자식을 잃지 않았음에 고마울 뿐이다.

 

혹독하게 추운 겨울을 보내면서 따뜻한 봄을 기다릴 수 있음에 고마울 수 밖에. 폭설과 비바람으로 비행기를 제때 타지 못해 고생도 하고, 미끄러져 다칠 뻔도 했고, 눈길에 지하철 타러 가서 빽빽한 전철을 기다리고 타느라 힘들었지만, 그런 교통수단이 충분히 있음에 어찌 감사하지 않을 수 있는가?

 

마실 물도 없고 먹을 식량도 없는 아프리카에 태어나지 않은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끊이지 않는 내전과 테러 속에서 살아 가는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등지에서 태어나지 않은 게 얼마나 다행스러운가?

 

잠이 오지 않을 때는 책장을 뒤적이며 읽고 싶은 책을 마음대로 꺼내 읽을 수 있음도 축복이다. 그런 책을 읽으며 밑줄을 치면서 같은 생각에 공감하고 미묘한 표현에 놀라기도 하면서 암기하고 싶은 문장을 따로 메모를 하는 순간도 행복의 시간이다.

 

닭똥집 두어근 사다가 참기름 넣고 맛있게 요리를 해 놓고, 아내의 잔소리를 들어 가며 아이들과 술 한잔 나누며, 쓸데없는 수다를 떠는 시간도 神이 내린 축복의 시간이다. 와인 따는 작은 도구를 잃어 버려 별 짓을 다해가며 결국 병마개를 병 속에 빠뜨렸다고 야단을 치면서도 향긋한 와인 한 잔을 입에 댈 수 있는 것도 행복이다.

 

연말 연시에 감기 몸살과 급성 편도선염으로 보름 이상 고생을 했지만, 그러느라고 좋아하는 술도 제대로 마시지 못했지만, 아무래도 편도선 수술을 하는 게 좋겠다는 의사의 권고도 들었지만, 지금 말을 할 수 있고, 음식을 넘길 수 있으며, 목욕탕에 갈 수 있다는 건 아무나 느낄 수 없는 기쁨이다.

 

가끔, 몸이 말을 듣지 않고, 내 마음대로 몸과 마음을 통제할 수 없어 실수도 하고 실패도 하면서, 동료와 친구와 아이들에게조차 창피스러울 때도 있고 부끄러울 때도 있지만, 그래도 이만하길 다행으로 생각할 수 있음에 감사드린다.

 

하루 종일 여기 저기 돌아 다니며 강의를 하고, 피곤한 몸으로 운전을 하며 돌아 오는 길, 올림픽도로 위에서 해가 지는 서쪽을 바라보며, 여의도 빌딩숲을 바라 보며, 헨델의 라르고를 들을 때 기쁘고, 식구들 다 나가고 혼자 거실에 앉아 고구마와 단감을 까 먹으며 가야금 연주를 듣거나 끊어질 듯 이어지는 명창을 들을 때도 행복하다.

오랜만에 연락이 된 친구와 갑자기 만나 삼겹살에 소주 한 잔 마시며 아주 오래된 추억을 이야기하며 마음대로 웃을 있음에 감사드리며, 방송을 들은 친구로부터 작은 실수에 대한 지적을 받을 수 있는 것도 고마운 기회이다. 

 

어느 지인으로부터 택배로 보내 온 책 한 권을 받으며 문 앞에 서서 싸인을 할 때도 기쁘고, 시골에 계신 어머님이 반가운 목소리로 힘차게 전화를 받아 주실 때도 행복하다.

 



“주문하지 않은 음식이 조금 더 나오는 것도 신의 은총이며, 감사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는 것도 신의 선물이다.”

정신과 의사이며 베스트셀러 작가인 M 스캇 펙이 한 말이다.

 
(사) 한국강사협회 회장 역임, 코리안리 재보험(주), 데이콤ST 근무, (주)스카우트 부사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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