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끔하게 사표 / 사직서 쓰는 법

입력 2007-10-31 23:01 수정 2007-11-01 10:19
 

지겨운 회사를 그만두고 싶을 때가 있다.

 

상사와의 마찰이 끊임없이 이어질 때, 꼴도 보기 싫은 선배가 자꾸만 괴롭힐 때, 해낼 수 없는 어려운 일이 마구 떨어질 때, 오랫동안 열심히 해 온 일이 잘못되었을 때, 정말 그만두고 싶다. 당장 때려 치우고 싶다.

 

하지만, 집에서 기다리는 식구들이 눈에 아른거리고, 노심초사 걱정하실 부모님이 걱정되고, 다음달 결재할 카드대금이 두렵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쌓이고 쌓인 스트레스와 좀처럼 풀릴 것 같지 않은 인간관계에서의 갈등은 그 모든 어려운 현실 위에 있다. 그래서 당장 나갈 것 같은 태도와 언행을 서슴지 않는다. 얼마나 위험한 일인가?

 

언제 어떻게 사직서를 내고,
어떤 상황에서 사표를 쓰는 게 회사를 위해서나 자신을 위해서 바람직 할까?

 

우선, “지금 분노하고 화를 내는 일, 고민과 갈등을 유발하는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인가?” 하는 것부터 정리해 볼 일이다.

 

일에 대한 자신의 잘못이 있거나 직무에 대한 부담이 자기 역량의 부족으로부터 기인한 것이라면 그렇게 쉽게 사직서를 쓸 일이 아니다. 그 상태로는 어딜 가나 환영 받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차라리, 힘들더라도 일정 기간을 정하여, 담당직무에 대해 좀 더 배우고 익힌 다음에 자신감이 들 때 회사를 떠나도 늦지 않을 것이다. 적어도 한 회사에서 3~5년을 버티기 힘든 사람은 나중에 다른 곳에 가서도 견디기가 쉽지 않다.

회사를 자주 옮겨 다니는 것도 버릇이고 습관일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음에 들지 않는 상사나 선배와의 갈등으로 회사를 그만두고 싶을 때에도 냉정하고 엄격하게 따져 보아야 한다.

자신이 싫어 하는 상사나 선배의 성격이나 태도가 워낙 특이하여 다른 사람들이 모두 싫어 하는 사람이라면 모르겠지만. 남들은 적당히 견디고 있는데, 자기만 견딜 수 없는 상대라면 자기 자신의 인간관계 방식이나 사람을 대하는 방법에 문제가 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자신의 성격이나 태도가 더 문제일 수도 있다. 그럴 때는 제 3자에게 현재의 상황을 솔직하게 설명하고 조언을 들어 보는 게 빠를 수 있다.

직속 상사가 마음에 들지 않아 회사를 그만 두고 다른 곳으로 갔는데, 거기엔 더욱 깐깐하고 성질 좋지 않은 상사를 만날 수 있고, 일이 힘들어 회사를 그만 두었는데 다른 곳에 가 보니 정말 하기 싫은, 그러나 쉽고 간단한 일이 있을 수도 있다.

 

그래도 견딜 수 없는 스트레스와 긴장으로 인해 회사를 그만두고 싶을 때는 먼저 나갈 곳부터 찾아 보는 게 순서다. 자신의 역량과 자질이 시장에서 어느 정도 인정 받을 수 있는지 알아 보고, 아쉬운 소리 하지 않고 들어 갈만 한 직장이 있다는 자신감이 생길 때에 비로소 사직을 고려해 볼 수 있다.

 

밑도 끝도 없이 회사를 그만 두겠다거나 사표를 쓰겠다는 이야기를 먼저 꺼내는 것은 아주 위험한 일이다. 사표를 쓰기 전까지는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함부로 떠들고 다니면 안 된다. 평소 입사 동료나 주위 사람들에게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는 이야기를 입버릇처럼 하면서 불편한 마음을 드러내 놓고 다니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일하는 동료끼리 주고 받으며 토로하는 불만의 메시지가 상사나 경영진에게 연결되어 있다면 어찌하겠는가?

 

그러면 언제 사표를 쓰면 좋을까?

 

적어도 1~2주일 전에는, 직무관계에 있는 직속 상사에게 먼저 의사를 표현한 후, 인사 담당 관리자급 상사에게 직접 의사 표명을 하는 게 좋다. 인사 담당자라 하더라도 실무자나 낮은 직급의 직원에게 이야기 하는 것은 바람직 하지 않다. 경험이 적거나 상대방에 대한 사려가 낮은 인사담당자의 경우 자칫 실수를 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문제로 인해, 또는 억울하고 분한 마음에 하루 이틀 전에 갑자기 사직서를 제출하여 업무 인수 인계를 불편하게 하거나 상사를 괴롭게 만드는 일은 하지 않아야 한다. 먼 훗날 다른 회사에서 또는 다른 사업 관계로 그 사람들을 다시 만날 일이 생길 수도 있다.

 

다년간의 인사 업무를 해 본 경력자나 관리자는 사직서를 제출하고자 하는 직원을 만나 전후 좌우 사정을 들어 보고, 혹시 일시적인 기분에 의한 것은 아닌지 판단해 가면서, 행여 가벼운 행동이라 여겨지면 만류하기도 하고, 잠시 사직서의 수리를 보류하기도 한다. 며칠 동안 더 생각해 볼 기회를 주면서 일시적인 감정에 치우치지 않을 시간을 줄 수도 있다.

 

혹시 나중에라도 마음이 변하여 사표를 쓰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들었을 때 단둘이 해결하면서 “없었던 일로 해 달라”는 도움을 청하기도 쉽다. 가볍게 던져 놓은 사표를 회수하지 못해 밀려 나가는 경우도 있다.

 

적어도 회사에서 나가 주기를 바라는 상황에서 사직서를 제출하게 되는 슬픔은 없어야 한다. 상사나 인사부장이 집 근처에까지 쫓아 와서 사표를 반려 하거나, 제출한 사직서를 찢어 버리는 상사가 있을 때 회사를 그만 둘 수 있으면 다행이다.

 

입사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 회사를 그만 두는 일이다.
(사) 한국강사협회 회장 역임, 코리안리 재보험(주), 데이콤ST 근무, (주)스카우트 부사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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