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3" 을 후회하는 그녀

입력 2006-03-07 17:26 수정 2006-03-07 17:38
넉넉한 집안에서 엄하신 아버님과 자상하신 어머님 슬하에 태어난 그녀는 서울에 있는 대학을 졸업했다. 대기업엔 들어 가지 못했지만, 그저 그런 중소기업에 입사하여 그런대로 견딜만한 직장생활을 2~3년 했다.

 

외국어 학원도 다니고 더 나은 기술자격증도 따고, 더 나은 직장으로 옮길 생각도 했고 그럴 마음도 있었지만, 그저 그렇게 보내는 날들이 과히 불편하거나 괴롭진 않았다. 적당히 일을 하면서 적당히 어울리기엔 사무실 위치로 보나 근무환경으로 보나 그리 나쁘지도 않았다.

 

얼마 전, 경영진 내부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였다. 결국 해당 임원이 갑자기 회사를 나가면서 자금에 문제가 생기는 듯 했지만, 그녀가 해결하거나 관심을 보여서 나아질 문제는 아니었다. 회사는 그럭저럭 굴러갔지만, 어딘가 모르게 흔들리는 조짐이 보였다. 그래도 그녀 자신과는 별 관계가 없으리라 믿었다.

 

“그래도 설마, 그렇다고 나까지야, 아무리 그래도 설마…” 하면서 버틸 때까지 버티기로 하고 아무 대책 없이 출퇴근 하고 있었다. 오히려 힘들어지는 상황인 것 같아 더욱 열심히 일을 했다. 밤새는 줄 모르고 열심히 일했다.

 

 

"기다리지 않던, 절대 그럴 수는 없을 거라는 상황"은 생각보다 일찍 왔다. 전 직원을 모아 놓은 사장으로부터 오늘 회사를 닫는다는 통보가 전달되었다. 2개월간 밀린 임금은 앞으로 자금 사정에 따라 천천히 해결해 준다는 거였다.

 

막막했다. 무엇을 어디서부터 해결해야 좋을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웅성웅성하는 직원들의 눈빛과 하얗게 질린 동료들의 얼굴색은 그녀와 다르지 않았다. 그녀는 그렇게 쫓기듯 사무실의 짐을 챙겼다.

 

 

최근 며칠동안 방황하고 있지만 뾰족한 대책이 없다. 몇 달 전부터 미리미리 나간 친구들의 얼굴이 떠 올랐다. 대기업에 다니며 싱그러운 얼굴로 두꺼운 지갑을 열어 보이던 동창생도 떠올랐다. 갑자기 이력서를 내려고 생각하니 지금은 회사이름도 쓸 게 없다. 인사를 나누며 건네 줄 명함도 없다.

 

그녀는 고3 시절을 후회하기 시작했다. “

 

그 때 공부를 좀 더 열심히 했더라면,

그래서 좀 더 나은 대학을 갔더라면,

그래서 좀 더 좋은 회사를 들어 갔더라면,

그래서 지금 대기업에 잘 다니고 있더라면,

 

그래서 지금 외국어도 잘하고, 다른 데 갈 곳을 찾으며 떳떳한 회사 이름이라도 쓸 수 있더라면,

 

아무리 단순하고 별 볼일 없는 일이라 해도 지금 월급이라도 꼬박꼬박 나왔으면…”

 

 

아무리 “~~ 했더라면(If only…)”를 생각하지만, 오늘 갈 곳은 없다. 지갑도 은행 구좌도 잔고는 바닥이 나고 있었다. 작년에 퇴직한 아빠로부터 용돈을 받을 자신도 없어졌다.

 

 

“그 때, 더 열심히 공부할 걸…”     
(사) 한국강사협회 회장 역임, 코리안리 재보험(주), 데이콤ST 근무, (주)스카우트 부사장 역임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

투표보험설계사·택배기사 등 노동3권 보장, 어떻게 생각하세요?

  • 특수형태 근로자도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교섭을 통해 권익을 보호받을 것 235명 36%
  • 4대 보험 적용 등 고용주의 부담이 늘어나면 일자리가 되레 줄 수도 우려 413명 64%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