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강의 그만 해라

입력 2005-10-02 14:32 수정 2005-10-01 14:38


"대학 강의 돈 되니? 쓸데 없는 짓 그만하고 좀 더 큰 프로젝트를 하지 그러니. 대기업을 선택해서 돈 되는 일에 집중하는 게 낫겠다."

 

며칠 전 한 지인(知人)으로부터 좋은 충고를 들었다.

 

시간강사를 하면서, 여러 대학을 돌며 특강을 하느라 전국을 누비는 필자가 불쌍해 보여서 던진 말일 게다. 물론 대기업 위주의 대형 프로젝트를 하면서 큰 돈을 버는 게 훨씬 낫다는 걸 모르지 않는다. 주로 기업체 대상 컨설팅을 하고 강의를 하면서 돈을 벌지만, 가끔 요청하는 대학 강의를 외면할 수 없어 고민할 때가 많다.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비즈니스는 액수도 많고 대우도 좋다. 그래서 많이 헷갈리곤 한다.

 

"그래 맞아. 집중해야지. 돈 되는 일이나 열심히 해야지."

 

 

그러다가도 대학에서 강의 의뢰가 오면 마다할 수가 없다. 거기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50명에서부터 300명에 이르기까지 강의를 듣는 학생들 중에 몇 명은 영향을 받으며 변화하기도 하고, 뭔가를 느끼고 배울 게 있어 도움을 받는다는 연락이 온다. 그들의 메일을 받고 감사의 글을 읽을 때면 보람을 느끼기도 한다.

"캠퍼스에서 배울 수 없는 현실과 다양한 경험을 나누어 주는 역할을 누군가는 해야 한다."는 생각도 있다.

 

 

세상에는 큰 돈을 벌 수 있는 일이 얼마든지 있다. 장사를 해도 되고 신기술을 개발해도 되고, 새로운 발명을 할 수도 있다. 돈 버는 일만 할 수 있다.

 

돈과는 관계 없지만 보람 있는 일도 있다. 자신도 힘든 형편에서 남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도 있고, 세계 각지를 돌며 아무 연고도 없는 곳에 가서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사람도 많다. 돈도 벌지 못하고 별 의미도 없는 일에 평생을 바치는 사람도 있고, 남을 해롭게 하면서 평생 죄를 짓고 사는 사람도 있다. 그건 선택일 수도 있고, 팔자라고 치부할 수도 있다.

 

권력을 쫓아 자신을 속이며 해바라기처럼 사는 사람도 있고, 더 이상 움직일 여력이 없어 마지못해 그 일에 매달리는 사람도 있다. 용기가 없고 배짱이 모자라 원하는 일을 선택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고, 능력과 실력이 충분하지 못해 원하는 일에 도전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그것 또한 선택일 수 있고 운명일 수도 있다.

 

일이 생길 때마다 흔들리게 되고, 전화를 받을 때마다 헷갈리기도 한다. 그래서 유혹에 끌리지 않으며 선택할 수 있는 원칙을 세워 놓았다.

 

"이 지구에 사는 어떤 사람으로부터 도와 달라는 요청이 오면 일정이 중복되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국가와 사회 발전은 물론 그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조건 묻지 않고 한다. 그것도 경험이다."

 

밤길을 운전하다가 사람이 없는 길목에서 빨간 교통신호에 걸리면 망설이게 된다.  "그냥 갈까 멈춰 설까?"  차량도 없고 인적이 드문 시골길에서 신호를 위반하고 싶은 충동이 들 때는 갈등하게 된다.      

 

이 때, 흔들리지 않고 갈등하지 않을 수 있는 원칙이 있으면 편하다.

 

"세상 어디에서고 교통신호는 지킨다! 그건 돈과 소득과는 관계가 없다. 안전과 건강을 위해서, 양심껏 살기 위해서라면 충분히 지킬 가치가 있다."

  

그래도 가끔 위반하고 싶어질 때가 있고 위반 딱지를 받아 들며 슬며시 쓴 웃음을 지을 때도 있다.
(사) 한국강사협회 회장 역임, 코리안리 재보험(주), 데이콤ST 근무, (주)스카우트 부사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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